박송희명창의 흥보가 중 '놀보심술타령'대목입니다 -아니리-
사람마다 오장이 육보로되 놀부는 칠보던 것이었다 어찌하여 칠보인고- 허니
심술보 하나가 외양 갈비밑에 장기궁짝만-한게 병부 줌치 찬 듯이 딱- 붙어가지고
이놈의 심술이 사-시를 가리지 않고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디

-자진모리-

대장군방 벌목시키고 오귀방에다 이사권코 삼살방 집지라허기
불난집에 부채질 아밴 부인은 배통이 차고 오대독자 불알 까고
수절 과부는 겁탁하기

다큰 큰애기 무함잡고 초란이보면 딴탗짓고 의원보며는 침도적질
거사 보면 소고 도적 지관 보면은 쇠감추기
똥누는놈 주잖히고 꼽사등이는 뒤집어 놓고 앉은뱅이는 태껸하기
엎어진놈 꼭지치기 닫는놈 앞장치고 뇌점든놈 전갱이 훍고
산거름길에다 허방파기

삼신든데 개잡기와 다된혼인 바람넣고 혼대사에 싸개치기
상여맨놈 몽둥이질과 기생보며는 코물어뜯고 제주병에다 가래침 뱉고
옹기전에 팔매치기 비단전에 물총놓고 고초 밭에서 말달리기
가문논에 물귀파고 장마논에다 물길 막고 애호박에다 말뚝박고

다팬 곡식 모뽑기 촌장보면 벗질하기 궁반보면 관을찟고
소리 허는데 잔소리 하기 풍류 허는데 나발 불기
된장 그릇에 똥싸기와 간장 그릇에 오줌 싸기 우는 애기는 집어 뜯고
자는 애기는 눈거러벌시고 남의 제사에 닭울리기 면례허는데 뼈감추기

일년머슴 외상새경 농사지어서 추수허면 옷을벗겨 쫓아내기
봉사보면 인도허여 개천물에다 집어넣고 길가는 과객양반
재울듯이 붙들었다 해가지면은 쫓아내기

-창조-

이놈 심술이 이러허니 삼강을 아아느냐 오오륜을 알겠느냐
삼강도 모르고 오륜도 모르는 놈이 형제 윤긴들 알겠느냐

-아니리-

놀보놈은 이러허나 그동생 흥보는 마음이 착한지라

-중모리-

부모님께 효도허고 형제간에 우애허고 일가 친척 화목허기
노인이 등짐지면 자청허여 져다주고 길가에 빠진물건
임자를 찾어 전해주고 고단헌놈 봉변보면 한사모피 말려주고
타향에서 병든 사람 본가에다 소식전코
집을 잃고 우는 아이 저희 부모 찾어 주기 계칩불살방장부절
지어미물 짐승까지 궁원허기 힘을 쓰니 부귀를 어찌 바랄손가




박송희 명창(78)은 2004년 국립창극단 완창전 유월 무대에서 '흥보가' 완창을 불렸다.
이날 박송희 명창이 앞서 말한 '놀보 박타령'을 부르면서는 날렵한 춤솜씨도 보였으나 도저히 여든 살을 바라보는 노인의 몸짓으로는 보기 힘들 정도였다.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때 써야 딱 맞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세상이라 하더라도 일흔여덟은 분명 노령이다.

그 나이에 세 시간 넘는 완창을 꿋꿋하게 소화하고 그것도 모자라 펄쩍 뛰는 춤까지 곁들인다면 입을 다물지 못할 상황이 분명하다.
장작나무 패는 듯한 소리를 한다는 것이 동편제의 특징인 것처럼 이날 흥보가를 부르는 박송희 명창의 소리는 한대목도 알아듣지 못할 말이 없을 정도로 또렷한 발음과 공력이 팽팽한 성음을 선보였다.
시종일관 관객들은 박송희 명창의 진한 맛내는 소리와 풍부한 너름새로 들렸다 내려졌다를 정신 못 차릴 지경이었다.

요즘 판소리가 너무도 성음에 무게를 둔 나머지 발림의 중요성이 퇴색하는 듯한 아쉬움이 있지만 여든 다 된 노인의 성실한 발림에 젊은 소리꾼들은 고민을 좀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