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안치환

1.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 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 만 쓰자 

2.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 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 만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