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yderyk Franciszek Chopin
Piano Concerto No.1 in e minor Op.11

Evgeny Kissin (piano)
Dmitri Kitaenko (Conductor)
Moscow Philharmonic Ochestra

1984/03/27 (ⓟ 2003) Stereo (ADD)
Russia

Piano Concerto No.1 e minor Op.11

평생 폴란드를 사랑한 쇼팽이, 마지막으로 폴란드를 떠나기 두 달 전 1830년 9월에 이곡이 완성되었다.
작품번호는 11번으로 되어있지만, [피아노 협주곡 2번 op.21] 이 먼저 완성되고, 이 1번이 오히려 두번째로 작곡되었다. 순서가 뒤빠뀐 것에 대해서는 그리 큰 의미가 필요하지 않을듯 싶고, 단지 출판의 순서상 번호가 정해졌을 것이란 추측이다.

허나 개인적으로 의미를 굳이 부여하자면 쇼팽자신은 협주곡 2번에 더 애착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해본다. 쇼팽이 가장 처음만든 협주곡이기도 하고 첫사랑의 여인 콘스탄티아 그라도코프스카에 대한 사랑을 애절히 표현한 곡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번 협주곡의 초연은 바르샤바에서 쇼팽 자신이 했었는데, 이 연주회가 쇼팽의 고별 연주회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피아노의 순수한 음을 살려 그것에 시의 생명을 불어넣은 쇼팽의 명작으로, 쇼팽의 로맨틱한 생명력과, 피아노를 종횡으로 구사하는 탁월한 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이 곡을 작곡할 때쯤에 십대의 쇼팽은 바르샤바 음악원 성악과 여학생인 콘스탄쩨 글라드코브스카(Konstanze Gladkowska)를 남몰래 사모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쇼팽은 섬세한 내면을 지닌 내성적인 청년이었고, 끝내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였다. 고민 끝에 그는 차라리 그녀 곁을 영원히 떠나리라 마음먹고 20세가 되던 1830년에 세계 여행길을 오르며 10월 11일 고별연주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하면서 그가 친구에게 썼던 편지에는 그의 괴로웠던 심사가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새 협주곡의 아다지오악장은 E-단조일세.
이 악장에서 어떤 힘이 담겨있는 위력을 보여주려고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조용하고 멜랑콜리적인 로망스를 나타내려고 했네. 이 로망스는 수많은 달콤한 기억들을 불러일으키는 어떤 장소를 부드러운 눈길로 자아내는 것 같이 표현하며, 아름다운 달빛찬란한 어느 봄날밤에 꿈을 꾸듯이 나타내야만 하네. 그렇기 때문에 반주도 역시 약음기로 연주한다네."

"나는 이상형을 만났어, 그러나 아무런 감정도 표현하지 않은 채 벌써 6개월전부터 내 마음을 주고 있지. 나는 그녀에 대한 꿈을 꾸지. 그리고 그녀에 대한 인상속에서 나의 새 협주곡의 아다지오악장이 탄생했다네.

[...] 한 사람을 압박하고 있는 무거운 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야.
내가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자네는 알고 있을 것이야. 그럴 때면 나는, 자네에게 가끔씩 얘기하기도 했지만, 피아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곤 하지."

제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e단조 3/4박자

형식은 모차르트가 확립한 고전 협주곡의 제1악장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제1주제의 전반은 바이올린이 f로, 후반은 같은 바이올린이 p로 부드럽게 연주합니다.
제2주제는 현이 연주하는 E장조의 칸타빌레로 이 선율이 몇 번이고 되풀이 된 후 다시 제1주제가 나타나면서 피아노의 독주를 유도합니다.

피아노는 처음부터 기교적으로 꾸며가고 제1주제를 화려하게 연주하고 제2주제도 같은 방법으로 연주한 후 관현악합주로 제시부가 끝납니다.
전개부는 C장조이며 피아노가 제1주제의 후반부를 다루는 것으로 시작되어 위의 주제들이 피아노의 중음, 스케일, 아르페지오 등으로 여러 가지로 전조하며 화려하게 전개된 후 다시 전합주에 의한 재현부가 되는데 제1주제 전반이 관현악에 의해 제시되면 그 후반은 피아노가 담당하고, 제2주제의 재현은 독주 피아노에 의해 G장조로 이루어지고 마지막에 찬란한 기교를 발휘한 피아노에 의한 아다지오를 지나 제1주제의 처음 악상에 의한 코다에 이르고 관현악의 전합주로 곡을 끝냅니다.

제2악장 Romanze Larghetto, E장조, 3/4박자.

이 악장에 대한 쇼팽 자신의 심정을 밝히고 있는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낭만적이고 조용하며 약간 우울한 마음으로 작곡했다. 즐거웠던 많은 추억을 환기시키는 곳을 바라 보는 듯한 인상을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아름다운 봄날의 달 밝은 밤 같은..."

곡은 녹터언풍의 성격을 가진 우아한 곡으로 약음기를 단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pp의 짧은 서주에 이어 피아노가 칸타빌레의 주제를 연주합니다. 주제는 두 부분으로 되 있으며 그 후반은 B장조로 되어 있는데 주제가 모두 노래되면 바이올린에 의한 2마디의 간주를 거쳐바로 주제 첫머리 부분이 장식을 새로이 하여 다시 피아노에 의해 연주되고 이어서 아지타토의 중간부에 들어가며 강한 음으로 c#단조의 약간 어두운 새 주제가 나타나고 이것이 끝나면 주제 후반이 G#장조로 꾸밈을 복잡하게 하요 돌아옵니다.

최후에 전합주가 연주하는 서주부와 같은 모양으로 코다에 이르고 이와 더불어 음계와 아르페지오로 된 3잇단음표의 경쾌한 움직임이 이것을 꾸미면서 조용히 연기처럼 사라져 갑니다.

제3악장 Rondo vivace, E장조, 2/4박자.

발랄하고 우아하며 고상한 론도로 이 악장은 모차르트가 다시 온 느낌을 줍니다.
전합주에 의한 서주부에 이어 피아노가 론도의 지1주제를 스케르짠도로 유도합니다. 이것은 8마디의 경쾌한 선율을 기초로하여 몇번이고 반복되고 이어서 피아노가 새로운 선율의 에피소드를 연주한 후 피아노가 리드미컬한 A장조의 제2주제를 제시합니다.
그리하여 조급한 에피소드에 들어가며 다시 제1주제가 나타나고 제2주제를 지나 마지막에 화려한 코다가 되고 피아노가 연주하는 3잇단음표의 음계적 진행으로 끝을 맺습니다.
글 출처 : 명곡해설전집(세광출판사)
Evgeny Kissin

13세 소년이 있었다.
공산당원이 입는 하얀 인민복 셔츠에 빨간색 타이를 두른 이 소년은 자신의 키에 감당하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높은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덥수룩한 더벅머리에 너무도 앳돼 보이는 이 소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웃었지만 곧 고사리같은 손으로 열광적으로 연주하는 소년의 황홀한 마법에 걸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공연이 끝난 후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며 열광하였다.

바로 1984년 소련 모스크바 음악원 대강당에서 열린 공연실황에서 보인 13세의 천재소년 에브게니 키신(Evgeny Kissin)의 데뷔무대였다.
키신은 그 어렵다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곡을 완벽하게 연주하여 전 소련을 열광시켰고 이토록 화려한 데뷔무대를 치룬 이 천재소년의 명성은 전 세계를 향해 무섭게 퍼져나갔다.

지금도 회자되는 이 유명한 공연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에밀 길렐스 이후 이렇다 할 천재 피아니스트가 등장하지 않았던 소련 피아노계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고 정통 러시아 피아니즘을 계승할 적자(嫡子)로서 키신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명의 인재를 발굴하여 집중적으로 육성,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하고자 하는 사회주의 정책에 따라 키신은 소련 권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커나갈 수 있었다.

에프게니 키신은 1971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키신이 태어날 무렵 그의 어머니는 이미 열살 위인 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었고 그런 만큼 어린 키신에게 무리하게 피아노 레슨 장면을 보며 나름의 음악적 감각을 익혀갔던 것이다.
아들의 재능이 예사롭지 않음을 깨달은 부모가 키신을 그 내신 중등음학학교로 데려간 것은 여섯 살 때, 여기서 키신의 재능은 영재음악 교육의 대가 안나 칸토르 교수에 의해 섬세하게 다듬어져 갔다.

팔꿈치로부터 손가락 끝까지를 거의 일자가 되게 내리 누르듯 연주하는 독특한 운지법은 어린아이의 우스꽝스런 버릇 같아 보였지만 칸토르 여사는 이 마저도 키신이 느끼는 가장 자연스런 표현법임을 알고는 억지로 교정하지 않았다.
지금 키신은 가장 독특한 운지법을 구사하는 피아니스트로 여겨지지만 누구도 그 보통스럽지 않은 자세에서 흘러나오는 연주가 어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바흐에서 슈만, 리스트, 쇼팽, 스크리아빈, 프로코피에프,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바흐를 연상시키는 자작의 인벤션에서 키신의 경이로운 테크닉과 해석의 깊이를 가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건강한 감미로움으로 촉촉히 젖어드는 쇼팽, 지나친 엄숙함 보다는 중용적인 템포감을 유지하는 바흐, 얽힌 실타래를 풀 듯, 정연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으로 넘치는 스크리아빈, 어느 곡에서도 키신은 이미 솜씨 좋은 테크니션은 넘어있는 것이다.

180센티가 넘는 훤칠한 청년으로 자라버린 키신에게 신동이란 별명은 이제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가올 그의 청년기는 한창 때 무기력하게 주저 앉아버린 수많은 신동들을 보아온 음악 팬들에게 그의 비전과 저력을 펼쳐보이는 의미로운 시련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 황 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