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2집 (1984/서라벌레코드)

전인권과 함께 80년대를 상징하는 보컬리스트로서 고 김현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를 노래만 잘 불렀던 '팝 발라드' 가수로 폄하한다면 6,70년대 국내 록의 대부분을 '밤무대 사운드'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1980년 <봄·여름·가을·겨울>, <당신의 모습>이 실린 데뷔 앨범의 처참한 실패 이후 4년만에 와신상담 내놓은 이 앨범의 성공은 김현식을 공중파와 공연장 모두에서 환영받는 이로 변모시켰다.

이렇게 된 것에는 <사랑했어요>의 멜랑콜리가 지대한 공헌을했고(이러한 '소녀취향'의 감상을 꼬집는 이들이 있지만 이 앨범의 상업적 성공이 없었더라면 김현식이 이후 앨범에서 자신의 원했던 음악을 표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독보적이었지만 (<뭐라고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어요>를 김태화처럼 부를 이가 없듯이 <골목길>을 김현식의 느낌 으로 부를 이가 없다) 김현식이 뮤지션으로 비중 있게 언급될 수 있는 이유는 최이철의 기타가 발군인 블루스 록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와 김현식의 샤우팅 보컬이 빛을 발하는 <어둠 그 별 빛>, <회상> 등의 곡에 있다.

김현식은 이 앨범 이후 백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함께 3집을 발표하며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