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박은옥 북한강에서(1985/지구레코드) 남도에는 황토가 있다. 불그스레한 황톳길에 발짝마다 먼지 풀풀 날리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한 사내의 등에는 '시름짐만 한 보따리'고, '저 산꼭대기 아버지무덤'(<사망부가>)이 기다리는 그 길 끝머리에는 도솔천이 얼핏 비칠지도 모른다. '간다간다/나는 간다/선말고개/넘어간다' (<애고, 도솔천아>), 혹은 '님의 가슴/내가 안고/육자배기나/할까요'(<장서방네 노을>) 등, 4/4조 민요가락이 구비구비 고개 넘어 들을 지나 강을 끼고 바다로 흘러가며, 아스팔트의 아이들 에게도 산업화와 새마을 운동 이전 선조에게서 유전된 흙의 기억을 일깨운다. 박은옥의 '곱디고운' 목소리는 <바람>과 <봉숭아>에서 들을 수 있고, 1집부터 함께 했던 유지연이 편곡을 담당하여 일렉트릭 기타 속에 진국으로 어울리는 한국적인 가락을 조율하는 데 일조했다. (조성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