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1집 (1971/킹레코드)
세상에는 무수한 <아침이슬>이 있다.
1971년 앳된 처녀의 맑고도 강한 목소리에 실려 세상에 나왔던 젊은 날의 고뇌와 결단을 그린 서정적인 노래 한 곡은, 수록음반이 작곡자 김민기 독집의 판매금지조치에 휩쓸려 공식적인 무대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후에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선연히 살아 독재정권의 신경질적인 과잉우려를 실현시키기라도 할 듯 술집에서, 거리에서 끝도 없이 불리워졌다.

그 결과 애초의 소박함 위에 부르는 이의 비분강개 혹은 결기가 덧붙여졌고, 80년대에 들어와 얼마간 자기도취적인 정서는 소시민적·지사적이라는 당시로선 치명적이었던 딱지를 달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1987년 가을, 6월 항쟁의 가시적 성과물 중 하나로서 <아침이슬>이란 더블앨범에 간소한 기타 반주의 원곡이 그대로 실림으로써 이 노래를 구전으로만 접했던 세대와 처음 조우했다.

한편 '국민정부'가 <상록수>를 국민가요로 삼을 것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작년 가을 김민기 헌정앨범 <1997 아침이슬>의 서두를 장식한 새 녹음은 남성합창을 깔고 애국가 한 구절과 동반한 무게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들고 부른 이들조차 버거울 정도로 시대와 호흡하며 대중과 함께 했던 노래가 첫 선을 보인 이 음반은 함께 수록된 곡들이 <꽃 피우는 아이>를 제외하면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 등 모두 60년대 미국 포크송의 번안곡이었던 탓인지 재발매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대로 전설과 기억의 영역 속에 남게 되었다.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