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 (1998)
[이기용(g, b), 남상아(v, g), 김상우(d)]
세상에는 화려한 조명을 주식으로 삼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 빛의 불순함을 못 견뎌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스스로 '어둠의 자식들' 이길 원한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왜 이를 악물고 힘들게 소리내고 있느냐고 묻기 전에 지금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지점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강아지 문화/예술의 세 번재 앨범인 허클베리 핀의 <18 일의 수요일>은 올해 신촌/홍대 클럽 씬에서 나온 반가운 결과물 중의 하나다.

이 앨범에서 허클베리 핀은 '불을 지르는 아이'와 '절름발이'의 꿈의 비틀린 틈새 사이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각성하고 그것을 내성적인 목소리로 표출한다. 스스로 '광의의 펑크'라고 이야기하는 이들 음악의 정서는 일그러진 디스토션 기타음을 배경으로 무작정 내달리는 것에 있지 않다.

<갈가마귀>, <사마귀>, <죽이다> 같이 거칠고 단순한 구성의 곡이 쉽게 귀에 채이지만 허클베리 핀의 음악이 우리에게 공명하는 것은 '태양은 구름을 몰아내/우리의 지도를 그릴 것<죽이다>)'이라고 당차게 내치는 목소리와 밴드의 자화상인 <허클베리 핀>의 낮은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에 있다.
(김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