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황천길 (1989/서울음반)
1981년 작은거인 2집이라는 불멸의 하드록 음반을 내고도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청년 로커 김수철은 의외로 팝 발라드로 진로를 변경했다.

하지만 이는 '의외' 라기보다는 당시 가요계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범위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같다.

그 결과 만들어낸 것이 <못다핀 꽃 한 송이>, <세월>, <정녕 그대를>, <내일>과 같은 팝 발라드가 담긴 김수철 1집(83)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대중들은 이 곡들에 큰 호응을 보였고, 이 음반은 김수철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렇지만 1985년 3집 이후 아티스트로서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려 시도했던 그는 이전부터 그의 숙원사업이었던 국악과 양악의 접목을 시도한다. 이른바 '크로스오버 국악' 작업을 시도하는데, 그 첫 작품이 1987년에 나온 <비애>, <인생>, <삶과 죽음>이 담긴 <김수철> 이었다.

그리고 이 <황천길>은 이런 그의 일련의 작업이 드디어 완벽한 결실을 본 작품으로, 태평소가 주선율로 이용되는 <황천길>, 아쟁이 주선율로 쓰여지는 <한> 등 국악기의 맛이 이럴수도 있음을 새롭게 인식시킨 '퓨전 국악'의 이정표였다.
(박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