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1집 (1988/서라벌레코드)
[파랑새 : 전인권(g, v), 김효국(key), 오승은(b), 박기형(d)]

1985년 들국화 데뷔 음반은 80년대 말 국내 대중음악의 르네상스기를 연 기념비적인 음반이었고, 들국화는 당시 모든 사람들이 나오기를 꿈꿨던 그룹이었다.

우리말로 된 록 음반으로서 국지적인 느낌에서 탈피한 이 음반은 따로 또 같이 이후에 80년대 초반부터 일부 젊은 뮤지션들이 자신들 음악적 정체성 확보의 일환으로 행했던 '독자적으로 음악하기'의 저변이 확보되었음을 알리는 상징물이었다.

이 들국화의 보컬 리스트로서 카리스마적 보컬을 선보인 전인권은 사실은 들국화 당시보다 자신의 솔로 음반에서 진짜 자신의 역량을 보여준다.

들국화 당시는 한 명의 멤버로서 조하에 충실했지만 1987년 <전인권·허성욱 추억 들국화> 앨범과 본 음반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감성은 사실 들국화 당시로는 예측할 수 없었던 점이었다.

"가을비 소리 없이 내리네/ 거리마다 은행잎이 노랗게/약속은 자꾸만 맴돌고/비에 젖어 자연스레 진해진/걱정없는 저 자주빛이 부러워"(<가을비>)와 같은 노래에서 보여준 곡 만들기 역량은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만했다.

자신의 밴드인 파랑새와 같이한 이 음반에는 <가을비>, <아직도->라는 명곡이 있고, 게스트 기타리스트 최구희의 명연도 빛났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헛사랑(맴도는 얼굴)>도 실렸다.
(박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