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5(1990/서라벌레코드)
당시 김현식의 고통스러운 내면이 담긴 '어두운' 곡들로 점철된 이 앨범은 그의 음악여정의 완성적인 성격을 갖는다.

1980년 <봄·여름·가을·겨울>이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한 이래 이전 4집까지는 각기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했던 음반들이었다.

1집에서의 훵키한 <봄·여름·가을·겨울>과 포크적인 <당신의 모습>, 2집에서의 일렉트릭 블루스 록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와 슬로우 록 <어둠 그 별빛>, 3집에서의 퓨전 재즈 취향의 <쓸쓸한 오후>와 세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비오는 어느 저녁>, 4집에서의 애상적인 <언제나 그대 내 곁에>와 <기다리겠소>는 점전적으로 발전하는 그의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단면들 이었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이니 '음악적인 발전'이니 하는 잣대가 어울리지 않고, 그러한 얘기를 거론할 성질의 음반도 아니다. <향기 없는 꽃>, <넋두리> 단 두 곡만 들어도 느낄 수 있는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무섭도록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이는 단지 노래를 만들기(꾸미기) 위해 만든 가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 거리 그 벤치>, <거울이 되어> 등 최상의 트랙들이 실려있고, 박청귀의 세션작들 중에서도 1988년 한영애의 <바라본다>와 함께 가장 빛나는 작품이다.
(박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