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4집 (1995/킹레코드)
갑자기 바뀌어 버린 시대는 누구에게나 혼란스러웠다. 안치환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광야에서>의 비장미는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 시대, 그는 대중적인 서정성과 이제까지 그의 음악의 기반인 건강한 비판의식을 접목하기 위해 애써보았지만 형식이 바뀌지 않은 채 내용만을 바꾼 어색함은 2집까지 계속된다.

수없는 대중과의 만남을 통해 그는 새로운 형식, '록'이 자신이 바라는 대중성과 비판의식의 교점이라는 것을 읽어낸다. 그리하여 3집의 모색기를 거쳐 마침내 피어난 4집의 '록'은 이 음반을 그의 최고작이자 90년대 우리 대중음악의 소중한 성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이 음반을 <내가 만일>로만 기억하고 있는 안치환의 팬, 음반이 아닌 그의 생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안치환의 팬은 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관객과 같이 부르는 <당당하게>의 거친 목소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그 수많은 민중음악인들이 흔적도 없이 스러져간 90년대에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이다.
(신승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