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수 무한대 (1984/신세계음향)
황천길을 허위적허위적 올라가는 사람이 남겨놓은 듯한 고무신이 걸린 철조망 사진은 한대수라는 냉소와 허무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한 가수의 초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70년대 한국 모던 포크의 역사에서 특유의 냉소와 표현의 모호성으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던 한대수의 자화상은 이렇듯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또한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14년이란 긴 쉼표를 마치고 80년대의 마지막에 내놓은 또 하나의 자화상은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언어는 더욱 더 은유로 일관하고 그의 냉소의 대상은 점점 더 모호해졌다. 이는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이 그에게 가했던 형벌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자신의 기질탓으로 보인다. 즉, 그는 타고난 니힐리스트인 동시에 상징주의자인 것이다. <무한대>에서 한대수는 언어추상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실 우리 가요에서 이만큼 자의적인 가사 쓰기가 시도되기는 힘들고 또한 그러한 시도들도 많지 않았다. 흔히 거론되는 화려한 세션과 록적인 시도 및 추상화된 가사 미학은 80년대를 마감하는 해에 나온 무한대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황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