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파란 휘파람 별 (1998/펌프/도레미레코드)
한국 대중음악계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곳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 곳에서의 트렌드의 공통점은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본격 적이고 능란하게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고, 또한 변형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특성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 '테크노' 앨범이 바로 이것이다. 테크노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샘플과 루프,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적인 음원과 아르페지오, 그 외에도 몇 백가지가 될지 모르는)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달파란/강기영의 것으로 '자기화'했으며, 가장 '한국적인 개성'을 지닌 이박사의 인용이나 낭만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컨셉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글로벌한 특성을 지닌, 정말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앨범이 이것이다.

이 앨범이 '상업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은 바로 한국의 '트렌드'에 대한 증거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음악철학을 지녔지만 그것을 구체화하여 앨범으로 내놓기는 힘든 일이다. 달파란/강기영의 '테크노 철학'을 그대로 창작해낸 실천주의적 앨범이다.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