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1991 (1995/킹레코드)
상투적인 표현을 눈감아준다면,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혹은 언니), 버거운 역사의 등짐을 저 모퉁이쯤 살며시 내려놓고 이제 조용조용 말을 걸어 오는 양희은을 이 말처럼 적절하게 형용한 것이 없다.

그이 만큼 작곡자 복[혹은 화?]이 넘쳤던 싱어도 많지 않을 터인데, <아침이슬>의 김민기, <한계령>, <찔레꽃 피면>의 하덕규 이후 여기서 파트너로 맞은 이는 막내동생뻘쯤 될 듯한 이병우이다.

언제나 청량하게 곧게 뻗어나가기만 할 것 같던 양희은의 목소리에 어느새 세월의 연륜인 듯 음영이 드리워졌고 그에 맞춰 덤덤한 회한과 호들갑스럽지 않은 달관을 담은 곡들 안에 시종 잔잔하게 뒷받침하는 기타가 호흡을 맞춘다. 그래도 좀 굴곡이 있다 싶은 <가을아침>에서 그려나가는 어느 가족의 아침정경은 정말이지 정겹기 그지없다. 쓸쓸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다.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