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시인의 마을 (1978/서라벌레코드)
고은의 작품을 좋아하며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인생의 허무함에 싸여 있던 한 시골소년이 1978년 군을 제대하며 그간 만든 노래들을 발표한 것이 본작이다. 또한 앞으로 끊어지지 않을 공윤과의 인연을 맺어준 것도 본작이다.

<시인의 마을>의 가사가 시작과 관련이 없고 가사에 방황, 불건전한 요소가 짙어 대중가요로 부적격하다는 판정을 받고 전면 개사되었고, <사랑하고 싶소>도 내용이 지나치게 방황을 강조하고 있다는 이유로 개사되어 발표되었다.

이렇게 이 앨범은 정태춘 자신의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방황과 허무로 일관하며 계속적인 정체 모를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떠나고자 하면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망설이고 방황하는 빈 가슴을 품은 채 떠 돌아다니는 시인의 모습을 공윤의 지적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태춘이 만들어낸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한 솔직한 그 가사가 적절히 베어 있는 가락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한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