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익 동경 (1994/킹레코드)
조동익의 노래를 들으면 마치 공선옥의 소설 <시절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지금은 성인이 되어 버린 70년을 전후로 태어난 세대들이 느낄 수 있는 개발과 향수가 공존하던 거리에서의 유년의 기억과 때로는 술에 취한 모습으로 그때를 '동경'하는, 어쩌면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는 성년의 모습은 조동익의 노래 곳곳에 상쾌한 내음의 송진처럼 배어 있다.

이병우와 함께 한 어떤날의 2장의 음반 이후 오랜 침묵 끝에 자신의 목소리를 조용히 들려주는 조동익의 첫 음반은 80~90년대를 아우르는 최고의 베이스 세션맨과 걸출한 작/편곡자로서의 그의 모습이기 이전에 개인적인 추억담들을 타인과 공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이라는 매개를 택한 한 음유시인의 조용한, 그러나 뚜렷한 독백이다.

그의 노래 속 주옥같은 시어들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한 휴식을 두면서 연주되는 그와 동료들의 연주와 함께 90년대 최고의 자기완성적인 음반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뛰어놀다 들어와 찬물에 밥을 팍팍 말아 먹고는 다시 뛰어나가 놀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동경'하게 하는 조동익의 음악은 자신의 감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말하는 무르익은 음유시인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황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