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불어오라 바람아 (1995/디지탈미디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양희은 이후 가장 중요한 여성 뮤지션으로, 90년대에는 장필순과 함께 독보적인 존재로 매김한다.
1977년 이정선, 이주호, 김영미와 같이한 포크 그룹 해바라기 1집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가수로서의 '인정'을 받은 것은 그 유명한 <건널 수 없는 강>이 담긴 1986년 1집에서부터였다.

그리고 이 '인정'은 '폭발적인 지지' 수준이었다.
원초적인 힘이 느껴지는 거친 음색의 이 곡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그 어느 누구도 보여준 적이 없는 놀라움이었고, "이렇게도 노래하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는 굳이 제니스 조플린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가수에게 있어서 노래 부르기의 본질'을 생각하게끔 했다.

"여자가수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통렬하게 날려 버린 그녀는 그래서 너무도 소중한 존재다.
그런 그녀가 우리 세션 역사의 한 장을 제시한 1988년 자신의 2집 <바라본다>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한 1992년 3집에 이어 발표한 본작은 90년대 손꼽히는 명작이자 '여과된 정제미'를 보여주는 숨겨진 걸작이 되었다.

"절망에서 무조건 달아나기엔 우리의 하루는 짧다는 것, 외로움에 한없이 부딪친다면 우리의 삶은 너무 길어지는 것"이란 <불어오라 바람아>, "일상 속에서 군중 속에 혼자 남겨져 외로울 때 날 위로하는 것은 너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란 <너의 이름>은 이 음반의 백미다.
(박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