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들 1집 (1993/예원레코드)
[고찬용(g, v), 허은영(v), 신진(v), 이소라(v), 백명석(v)]
낯선 사람들의 낯선 앨범.
90년대를 휩쓴 각종 열풍 가운데 하나였던 재즈 붐이 완전히 거품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했던 이 재능있는 보컬리스트 집단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진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지칠 지경이지만) 한국 대중 음악계의 부박함을 또 한 번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유재하 가요제가 배출한 기린아 고찬용을 중심으로 이소라, 신진, 허은영, 백명석이 모인 맨하탄 트랜스퍼 지향의 보컬그룹이 선사하는 목소리들의 향연은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특히 첫머리의 그룹 소개곡 <낯선 사람들>부터 가사를 쓴 이소라의 목소리가 이미 그 매력적인 비음을 과시하는데, 작사와 리드 보컬을 맡은 <왜 늘...?>에 와선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하고 있다.

<비닐우산>은 무반주 재즈 보컬의 맛을 제대로 선사하고 있고, 동화같은 가사의 <해의 고민>은 흥겹고 아기자기한 가운데 다양한 구음들을 선보인다.
전곡을 작곡한 고찬용의 비전대로 산뜻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은 좋지만, 한편으론 이 'TV용으론 긴 쇼'가 뭔가 하나 자극적인 '물건'으로 시장의 한구석을 확실히 장악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아쉬움이 든다.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