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4집 (1987/서라벌레코드)
TV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언더그라운드(?) 발라드 가수 이문세와 그의 음악은 당대 청년문화의 한 단면이었다.
산울림이나 한대수, 김민기의 음악들이 투철한 실험정신과 젊음을 대표하는 시대적인 감성을 노래말과 연주에 담고 있었다면 이문세의 음악에는 그들이 미처 담지 못했던 젊음의 사랑과 이별, 아름다움이라는 보수적 감성이 담겨져 있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여성 취향의 발라드 일색이라는 이유 때문에 록 지향적인 음악평론가들에게 평가절하되는 감은 있지만, 뛰어난 감수성의 소유자 이영훈의 노래들과 이문세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어울림은 분명 독보적인 것이었다.

트롯 멜로디에 빚지지 않은 팝적인 발라드 곡들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이들의 음악은 가능성을 보여줬던 3집에 이어 본 4집에서 그 완성도의 최고점에 이른다.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 이야기>, <그녀의 웃음 소리뿐>으로 대표되는 이 앨범의 아름다운 노래들은 작곡가이자 뛰어난 작사가인 이영훈의 섬세한 매력, 가수 이문세의 탁월한 보컬 능력이 절정에 다다랐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 세련되며 진부하지 않은 감각으로 음악을 포장하고 있는 김명곤의 편곡도 매력적인데, 후렴구의 흡인력을 높이면서 키보드와 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는 이 방식은 발라드 음악을 편곡하는 데 하나의 전기를 마련, 이후 수많은 발라드 곡들의 모범답안으로 남게 된다.
(김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