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Our Nation 1집
[크라잉 넛 : 이상면(g), 박운식(g, v), 한경록(b), 이상혁(d) 엘로우 키친 : 최수환(g, v), 도순주(g, v), 여운진(b), 최승훈(d)]
"섹스 피스톨즈와 소닉 유스의 다소 기이하고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동거",
1996년 홍대 앞 클럽 씬 최초의 산물이자, 국내 최초의 펑크 음반이라는 (가시) 면류관을 썼던 두 드럭 밴드의 이 동거 앨범이 청자에게 던지는 최조의 인상이다.
그후 2년.
입장과 관점에 따라서 '벌써?' 혹은 '아직!' 이라는 각기 다른 탄성을 자아낼 세월이 흐른 1996년, 크라잉 넛과 옐로우 키친은 각각 독집 앨범을 내었고 '우리(만의) 나라'는 공중파 방송의 일방적 주입을 거부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갈증을 존립근거로, 신문문화면의 변덕스런 주목과 90년대의 또 다른 산물인 대중문화평론가들의 지지 등을 얻으며 음악생산/연주-판매-소비의 일정 공간을 확보했다.

펑크 씬 최초의 히트곡 <말 달리자>를 대표로 크라잉 넛은 적대전선을 분명하게 긋고, 그들 세대 불만을 날 것 그대로 외쳐대는 보컬을 질주하는 사운드에 얹어 한국 펑크 록의 최대 (예상)수용층인 청소년들의 갈 곳 없는 심화를 터뜨리는 돌파구를 제공했고 이후 드럭은 그들의 해방구로 변모하게 된다.
그 뒤를 잇는 옐로우 키친의 노이즈 친화적인 복잡한 구성의 곡들은 이 새로운 음악생산의 장이 펑크의 단일독재로 귀결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이후 이들은 최수환, 도순주 2인조로 개편되어 본격적인 슈게이징, 드림 팝의 독자영역으로 나아간다.

기성의 다듬어진 사운드에 익숙한 귀에 신선한 충격을 제공했던 이 앨범에는 이후의 원형질이 무시무시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