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 (1984/서라벌레코드)
1984년, 이제는 시사만화의 조롱거리로나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주로 뒷모습이) 전 모씨가 아무 시간대의 아무 뉴스에서나 머릿기사로 등장하셨던 '땡전시대'의 한가운데. 1987년 이후의 역사적 전개가 불순한 몽상 이상이 될 수 없었던 스산한 시절에 은근슬쩍 대중의 잠긴 귀를 파고들었던 언더그라운드 앨범이 있었으니,
그 주체는 문승현 등 대학연합노래패 '메아리'를 모태로 김민기의 노래극 <개똥이>에 참여했던 노래 운동권의 청년들이었다.

<갈 수 없는 고향>에서 산업화 과정의 최대 희생양 중 하나였던 여공들의 비애를 느낀다거나, 갈 데 없는 동요풍의 <바람 씽싱>에서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봄을 찾아 나가려는 젊은이들의 비장한 각오를 읽는다는 건 행간 읽기의 도시들이었던 그 시절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은유·상징·해독의 경지를 요구한다.

그에 비하면 원초적인 조국애를노래한 <산하>, <그루터기>의 남성적 서정은 한결 투명한 메시지를 전하며, 김영동의 대금에 이끌려 아이들의 풋내나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는 교과서에 갇혀 있던 우국지사 충정과 비탄이 당대와 조우하고 있다. 주의 깊게 들으면 남성합창의 고음부에서 바이브레이션 섞인 목소리 하나가 튀는 걸 잡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처음 대중에게 들려지는 김광석이다.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