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1집 (1979/대도레코드)

1985년이었던가,
왠일로 조동진이 TV에 출연하여 어쿠스틱 기타 하나 달랑 맨 채 무덤덤하게 노래를 부른 후 자신이 아끼는 후배라고 들국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역시나 들국화 또한 못마땅한 표정으로 <행진>을 연주했다.).

이처럼 매체에 노출되기를 극도로 꺼려했던 조동진은 80년대 내내 뭇 후배들을 이끌고 '언더브로드캐스트'의 정신적 지주로 대단한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하나기획(조동익, 함춘호, 장필순, 낯선 사람들, 박용준, 한동준, 김광진 등이 소속)의 대표로 국내 대중음악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70년대 이미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이정선 등에 의해 개화되었던 포크의 새로운 발화지점이 바로 조동진 1집이었고, 차분하게 세상과 자신을 관조하는 시선의 시작점 또한 이로부터였다.

'왕' 초보 기타 교본의 단골손님 <행복한 사람>처럼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단순한 구성의 곡과 간결한 가사로 인해 간혹 '이지 리스닝'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부의 상처를 노래한 <겨울비>, 고은의 시에 곡을 붙인 <작은 배>등은 편안한 감성에서 나온 감상용 노래가 결코 아님을 보여준다.
(김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