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애 바라본다 (1988/서라벌레코드)

"여보세요-거기 누구 없소?"- [누구 없소?]의 첫 소절이 라디오를 통해 귓전을 때렸던 순간이 매정한 10년 세월 지난 오늘까지 생생하다.

그리도 거침없이 포문을 열어젖힌 후 [바라본다]의 대단원까지 하나 빠짐 없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발군의 작곡자들의 다양한 곡들이 변증법적 승화를 이뤄내는 것이 놀랍다.

거칠고 힘있지만 때로는 흐느낄 줄 아는 한영애의 목소리는 그 자체 영혼을 가진 듯 자유롭게 활주하며, [누구 없소?], [코뿔소]의 록, [비애]의 현악 세션의 슬로우 넘버, [루씰]의 블루스를 모두 껴안아 그녀만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가시밭 넝쿨 아래 착한 왕자님을 기다"리던 비탄에 젖은 [여인]이 곧 "코 힘을 힝힝 뒷발을 힘차게 치는" [코뿔소]로 변신하는 장면은 바로 누군가의 수사대로 '가슴에 선녀를 간직한 야수 혹은 선였던 야수'로서의 여성이 청각적으로 현현하는 순간이었으니.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