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 Vol.0 (1992/킹레코드)

참으로 기분좋은,
소박한 음반으로 이 음반이 기억되는 이유는 아마도 [할아버지와 수박], [···라구요], [예럴랄라], [장가가는 날]의 고향 전원, 대가족의 내음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이 음반이 'Vol.0'를 달고 나온 것처럼 이 세계는 이미 부재하는 기억 속에서 미화된 이상적 공동체의 편린이었으며, 강산에는 이후 다시는 한가롭고 양지바른 이 동네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받지 못한 곡들, [훔쳐 본 여자], [돈]의 삭막하고 황량한 대도시의 압박감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강박관념과도 같은 사랑의 스케치로 나아간다.

일렉트릭 기타가 주도하는 한경애/박청귀의 두 곡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의미로 튀는 가운데 포크 록적인 강산에의 자작곡들은 걸출한 싱어 송 라이터의 출발을 알렸고, '전형적인 록커'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한 캐주얼 업체의 모델로도 활동하는 등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으나 결국 3집의 방향전환으로 박제의 위험을 비켜난 후 잡을 수 없고 규정하기 힘든 존재로 남게 되었다.
(김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