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1집 (1989/서라벌레코드)

20살의 천재 키보디스트 김현철의 첫 번째 음반은 기적과 같았다.
독특한 화성을 통한 작곡 스타일로 대중가요의 수준을 한단계 상승시킨 이 앨범에서 그는 그 동안 국내 대중가요가 탐구하지 못했던 재즈 화성과 선율을 적극적으로 가요에 도입, 그룹 어떤날(특히 조동익)에게 영향을 받은 담담한 보컬을 통해 예민한 감수성을 노래함으로써 그의 데뷔 앨범을 '10년이 지나도 기억될 만한 명반'으로 부상시켰다.

그의 2집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덜 여문 듯한 김현철의 목소리는 분명한 자기 색깔을 내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이 앨범의 최고 명곡으로 불러도 아깝지 않은 [오랜만에]와 20살의 순수함을 간직한 [동네], [춘천가는 기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순수한 예술적 정열이 담긴 뛰어난 음악적 감각은 감히 천재성의 소산이라 말할 수 있다.

일상에 대한 평범한 시각 속에서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아마추어리즘과 프로의 재능이 만난 결과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간에 이후 이 앨범과 똑같은 감수성의 앨범은 김현철의 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의 프로듀서 겸 작곡가, 편곡가를 발굴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의미는 충분하다.
(김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