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 3집 (1994/반도음반)
서태지(v, prog, key, g, b), 이주노(v), 양현석(v)
대중음악에서의 '장르'들은 분명 물리적으로는 공존하지만 사실 '생성하고 소멸' 하는 듯이 보이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장르의 생성과 소멸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이동이라기보다는 소위 인기 아티스트들의 '친위 쿠데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카리 스마를 지닌 한 아티스트가 '새로운 장르'를 공급하면서 대중은 그 아티스트의 변화에 새롭게 적응해야만 한다.
대중적인 장르 이동이 너무나 부실했던 이 땅에서 '가장 충격적인' 친위 쿠데타는 바로 이 앨범이었다.

아무리 이전 앨범에서 변신의 기미나 예고편을 선보였다 하더라도 일주일에 7번 이상 TV에 출연하는 '최고 인기 아티스트'가 이렇게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아티스트의 용기와 자신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어제까지 옐로우 보이스의 미소년들이 통기타 반주 아래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을 즐기던 대중들이 오늘은 육중한 디스토션 기타와 차가운 랩에 얹힌 '교육현실에 대한 고민'을 듣게 되다니.

서태지와 아이들의 작품 중 가장 일관성 있는 앨범이라는 점도 훌륭하지만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야말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의도가 상업적인 것이든 아니든 말이다.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