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2집 (1978/서라벌레코드)
김창완(g, v), 김창훈(b, v), 김창익(d)
산울림 음악의 정점이자 70년대 한국록의 최고작이다. 전해에 <아니 벌써>가 담긴 폭발적인 데뷔 음반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 기쁨>, <어느 날 피었네>, <안개 속에 핀 꽃>이라는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명곡으로 록 매니아들을 흥분시켰다.

김창완의 퍼지 톤 기타와 그의 사촌동생 김난숙의 고풍 스러운 올겐 사운드로 특징지워지는 산울림 초기(1~3집)는 그 사운드의 독자성으로 먼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70년대 말 암울한 유신시대(비록 김창완은 아니라고 했지만)에 세속을 벗어난 듯한 천진난만한(?) 노래들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 의아하고, 그 시대를 생각한다면 언밸런스한 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어쩌면 김창완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고유의 사운드 정체성을 갖는 명반이 탄생되었다.
하지만 이 음반의 가치는 1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인정되었다.
당시 산울림은 아이돌 그룹(?)이었고, 이 음반은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노래 불러요>, <나 어떡해>의 엄청난 성공으로 그저 잘 팔리는 음반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국 록, 특히 록 밴드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할 뮤지션은 산울림이고, 그 결과물은 당연히 그들의 본작이다.
(박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