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 숲 (1988/서라벌레코드)

하덕규, 함춘호 시안과 촌장만큼 아쉬운 그룹이 또 있을까?
실제적으로 혼자 시인과 촌장을 이끌었던 하덕규는 종교에 귀의해 CCM에 전념하는 지금이 더 보람있다고 단언 하지만,
귀를 베일 듯한 <가시나무>, <비둘기 안녕>의 감성이나 <새봄나라에서 살던 시원한 바람>, <사랑일기>의 건강한 노래말과 멜로디를 사랑하던 사람들 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인과 촌장의 두 앨범은 어느 한 곡도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 머릿곡만 중요시 여기던 당대의 관행에서는 이례적인 앨범이다.
비록 그에게는 지금 대중음악의 장이 환멸만 가득한 소돔과 고모라로 보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사도'라면 그 속에 뛰어들어 자신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지.

그가 속한 '하나음악'의 뮤지션들(한동준, 장필순, 조동익 등)이 종교적인 음악활동과 더불어 대중음악에서도 90년대 까지 꾸준하게 수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그 모범적인 예가 될 것이다.
(신승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