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 4집
서태지(v, prog, key, g, b), 이주노(v), 양현석(v)
서태지의 모든 앨범은 명반으로 불러도 아깝지 않지만 이 4집아야말로 비로소 서태지의 음악적인 모든 재능이 집결된 명반 중의 명반으로 불러 마땅하다.

시대의 반항 정신과 젊음의 감수성을 갖춘 음악 장르로서 당대 팝음악의 최신 조류였던 갱스터랩과 얼터너티브 록을 전면으로 부각시킨 이 앨범에서 서태지는 자신의 창작능력의 극한점을 귀로 확인시켜준다.
3집 이후 이미 그 영향력을 상실한 두 댄서 양현석과 이주노의 정체성 문제는 팀의 해체로 이어지며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팀이 가지는 한계점을 보여주게 되지만, 단지 음악적인 면으로만 평가할 때 이 앨범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특히 <슬픈 아픔>과 <필승> 등에서 나타나는 서태지의 장르에 대한 이해력은 천재적인 감수성의 결과물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서태지는 이미 <교실 이데아>가 담긴 3집을 통해 놀랄 만한 변신을 시도했지만, 개인적으로 3집보다 4집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 앨범이 보다 '대중적'이면서 간결하기 때문이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구석구석 시대에 대한 비판과 냉소가 어려있는 이 앨범 수록곡들의 가사는 매우 독특한 것이다.

특히 방송금지와 판금을 거치면서 연주곡만 수록 되는 해프닝을 낳은 <시대유감>은 가사가 다시 실려 다시 발매된 이후 싱글 앨범보다도 그 저항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김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