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다시부르기 II

이만큼 명쾌한 한국적 어법의 포크 록 세션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4집 이후 완벽한 아티스트로 성장한 김광석은 자기성찰적인 고감도의 노래들을 4집에서 보여주었고,
여기에 90년대의 독보적인 음악감독인 조동익의 편곡과 그의 밴드가 펼친 소박한 세션이 보태지면서 감동적인 앨범 하나가 탄생되었다.

90년대 모던 포크의 적자로서 '한국 모던 포크 베스트 모음집'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이 음반으로 완벽한 결실을 보았고, 여기에는 한대수의 <바람과 나>,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김의철의 <불행아>, 김창기의 <변해가네>, 유준열의 <새장 속의 친구>, 한동헌의 <나의 노래>, 자신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이 실렸다.

특히 동물원의 <새장 속의 친구>와 자신의 4집에 수록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편곡자의 역량에 따라 얼마나 노래가 다르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 조동익 편곡의 승리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모던 포크의 진품이며, 두고 두고 들어도 질리지 않을 이 음반은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가치를 갖고 있다.
'명반'은 명예의 전당에 보관된 먼지 쌓은 음반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듣는 음반을 지칭한다.
(박준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