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처럼 음악처럼 / 김현식 제3집

죽음 후에 갑작스러운 인기는 그를 꾸준히 보아온 사람들에게 오히려 회의적으로 보였으리라.
비록 가장 인기를 얻은 것은 사후에 나온 6집이지만, 그의 음악적 절정은 이 3집이 아니었을까. 최고의 명곡 중의 하나인 <비처럼 음악처럼>에서의 힘과 애절함을 겸비한 보컬은 그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참으로 진부 해진 표현이지만) 보컬의 '지존'이 바로 그임을 들려준다.

그러고 보면 80년대에는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사랑받았었다. 모두 밑바닥에서 시작했고, 라디오를 통해 곡 자체로 평가받었고, 서서히 스타덤에 올랐다. 그건 (또 한번 진부한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로 진검승부 그 자체였다. 가수보다 팬클럽이 먼저 등장하는 따위의 온갖 암기가 난무하는 90년대의 무림과는 격이 틀렸단 말이다. 그가 이런 혼탁한 무림을 보지 않고 <떠나가 버렸네>를 부르며 사라져간 건 어쩌면 그 자신에겐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신승렬)

김종진(기타), 전태관(드럼), 박성식(키보드), 장기호(베이스), 유재하(키보드, 앨범에는 참여하지 않음)로 이루어진 라인업은 단순한 세션의 개념을 넘어 서서 밴드의 앨범을 가능케 했다.
또한 이 앨범은 이후,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음악적 성향과 무관하지 않게, 김현식의 음악 자체를 퓨전 재즈와 블루스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크게 작용하기도 했다.

가창력에 비해 평가절하되던 김현식의 작곡 실력도 이 앨범에서는 빛을 발하여 '빗속의 연가', '비오는 어느 저녁' 등의 곡들을 이뤄냈다.
더불어 유재하는 이 앨범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으나, '가리워진 길'을 선사해 김현식의 목소리로 새롭게 들을 수 있기도 하다.> 100대 명반 10위권안에 유재하, 봄여름가을겨울의 뮤지션이 있다.
이 두명(?)에게 직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바로 김현식이 아닐까?
아니 이 둘뿐이랴. 그 시대의 많은 가수뿐 아니라 지금 이시간까지 많은 가수들에게 영향을 주는 보컬(가수가 아니라 보컬이다.)이 바로 김현식이다.
김현식 3집 앨범은 그만의 보컬뿐만 아니라 막 대학을 졸업한 전태관, 갓 제대한 김종진 그 둘과 후에 '빛과 소금'이 된 장기호, 박성식, 그리고 유재하와 함께 만든 밴드(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 김현식(보컬) 김종진(기타) 장기호(베이스 기타) 박성식(키보드) 유재하(키보드) 전태관(드럼))가 만든 작품중의 작품, 명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