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빛과 소금'으로 따로 분가한 박성식, 장기호와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이란 동명의 이름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종진과 전태관은 1988년 본작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그리고 그들은 대중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순조롭게 이 길에 첫발을 내딛는다.

기타리스트 김종진의 곡과 그의 정신적, 음악적 어시스턴트인 드러머 전태관으로 구성된 듀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은 본작에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각의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당시 국내에는 익숙치 않은 퓨전 재즈스타일의 연주곡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과 '거리의 악사' 등은 연주곡 자체도 희귀했던 상황에서 각별한 곡으로 당시에는 현저한 반응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90년대 후반 우리 대중음악의 진면(혹은 이면)을 꿰뚫고자 하는 청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곡들이다.

그리고 이 앨범의 히트작인 6번째 트랙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역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곡. 본작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디스코래피 중 가장 감성적인 퓨전 재즈 스타일의 곡들로 충만한 앨범으로 젊은 두 청년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등장은 우리 음악의 범위를 넓힌 쾌거이다.
이들은 연주 음악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기교없이 기본을 지키는 연주가 오히려 더 어렵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진리를 깨우쳐주었으며, 보컬이 반드시 귀에 쏙 들어오는 목소리가 아니라도 좋은 멜로디와 진실한 가사만으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금 그들이 처한 음악적 정체의 위기는 초기의 이 소박하고 욕심없는 자세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알루미늄 케이스와 동영상 CD로 포장된 6집의 호화 재킷보다 첫 앨범의 소박한 재킷이 더 정감어리고, 이현도나 김세황, 이주노, 김현철, 이소라 등이 참여한 6집보다 오직 이 둘이 만들어낸 1집의 곡들이 더 많이 애창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모든 스타 음악인들 에게는 처음 시작할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라는 노래는 그들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임을 그들은알까? (신승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