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2

들국화 데뷔 앨범의 한 켠을 차지했던 <오후만 있던 일요일>과 우리노래 전시회의 <너무 아쉬워하지 마>는 당시의 상식을 벗어난 구성의 곡이었다.

굳이 클라이막스를 강조하지 않는, 그 흔하던 '뽕' 멜로디를 거세한 어떤날의 곡은 다분히 조동진의 영향력하에 놓인 가사 쓰기(국내에서 리리시즘을 이야기 한다면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와 함께 당시 어느 누구도 실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의 것이었다.
소박했던 1986년의 데뷔 앨범 이후 3년만에 발표된 이 앨범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도입하여 보다 세련된, 그러나 여전히 도심 변두리 골목을 연상시키는 사운드의 곡들이 풍성하다.

조동익의 <초생달>, <하루>, <그런 날에는>과 이병우의 <출발>, <취중독백>, <11월 그 저녁에> 등이 동등하게 실려 있지만 이 둘의 곡은 미묘한 차이를(정서적으로나 곡 구성으로나) 보인다.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조동익과 이병우는 나름의 길을 걸으며 솔로 뮤지션 세션, 프로듀서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던 장필순 4집과 한영애 4집은 조동익과 이병우가 각각 프로듀서한 앨범으로, 이를 통해 이들의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김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