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 Spice (1997/도레미레코드)
김민규(g, v), 윤준호(b, v), 이승기(key), 오인록(d)


"반항이다! 아니다!"의 '뻣뻣한 록 담론'으로부터 도망하고 싶어하는 모든 모던 로커들의 고민대로 그들은 자신의 음악을 '그냥 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자신들의 주장'은 어떻게 보면 아직 듣지 못한 이들에게 '선입견'을 만들어주는 위험한 행동이지만, 너무나도 이 앨범과 잘 어울리는 주장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이디엄으로부터 몇 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그들의 음악관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그러한 주장에 어울리는 트랙들을 선보이고 있는 점이 바로 그 증거물이 된다.
한국 대중음악사상 가장 중요한 트랙 중의 하나인 <챠우챠우>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높이 평가될 수 있다. '연주력의 과시'도, '상업적인 안배에 의한 곡 구성'도 없는 이러한 앨범이 그렇게도 대중친화적인 용어인 '팝'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승리'다.

'통신상의 공간'으로 부터 출발했다는 꼬리표를 항상 달고 다니는 그들이지만 앨범의 완성도는, 어쩌면 경멸적이거나 핸디캡일지도 모르는 그런 꼬리표를 어느 곳에 달아야 할지 궁금하게 만들어 버린다.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