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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rst
한국 최초의 재즈 빅밴드
'서울 컨템포러리 재즈 오케스트라 (Seoul Contemporary Jazz Orchestra)'의 데뷔앨범
현대 재즈의 다양한 시도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분야 중 하나가 빅밴드이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에게 빅밴드라고 하면 과거의 진부함 또는 1930년대의 화려한 쇼를 위한 스윙음악 정도로 여기는 편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모던재즈 시대 이후인 1960년대 부터의 재즈 빅밴드는 순수 '예술적인 성과'를 목적으로 발전되어 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 재즈인들에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던 것은 현대적 재즈 오케스트라의 부재였다. 있었다 하더라도 그 규모만큼이나 운영의 어려움으로 얼마 못가 사라져 버리기 일수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독창성을 갖춘 재즈 오케스트라의 음반을 기대한다는 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단순히 스탠더드를 되새김하거나 외국의 빅밴드 스코어를 그대로 모방하는 연주가 아닌, 나름의 창의력으로 개성을 발휘한 재즈 빅밴드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난다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만한 가치를 지닌다.
한국의 민요와 가곡, 동요를 소재로 하여 재즈 오케스트라로 해석해내는 창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우리의 정서와 재즈를 접목하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자체적이면서도 시대정신에 밀리지 않는 빅 밴드 스코어로 완성되기는 처음이며, 대중성과 예술성의 양 분야에서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조화로운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음악적 관점에서 ‘The First’는 스윙 재즈의 정통성을 살려내면서도 현대적인 화성운영으로 시대적 청각의 요구를 관통하는 작품이다. 음반에 수록된 각각의 곡들은 저마다의 변화로운 리듬 세계를 보여주면서도 에코잉(Echoing)과 체이싱(Chasing), 더블링(Doubling)등 다양한 연주법을 통해 브라스 섹션의 묘미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첫 번째 곡인 ‘두만강’에서부터 예리한 브라스 섹션의 대위화성과 공격적인 리듬웍이 귀를 사로잡는다. 역시 스윙의 유쾌함과 향수를 고스란히 맛 볼 수 있는 세 번째 곡 ‘반달’과 일곱 번째 곡 ‘쾌지나 칭칭나네’, 흡사 마치토 빅밴드를 연상시켜주는 라틴리듬의 ‘동무생각’ 등 전곡에 걸쳐 생동감이 넘쳐난다. 그런가하면 ‘고향생각’에서처럼 스윙리프를 응용한 릴렉스한 분위기도 인상적이다.
이처럼 ‘The First’에 수록된 작품들은 개별적인 변화로움으로 가득하다. 이는 풍부한 화성운영과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낸 결과물이다. 그리고 우리의 정서를 재즈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있어서 이처럼 과장된 진지함이 아닌, 유려한 사운드로 완성된 작품이라는 것도 ‘The First’의 음악적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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