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12집- 休(1999-10)

다시 이영훈과 함께 한 이번 앨범 '休'는, 부제 '사람과 나무 그리고 쉼'이 말하듯 '자연'스러운 곡들로 채워졌다.
전체적으로도 성인 취향의 부드러운 발라드로, 이영훈이 마련해 준 쉼터 위에 이문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당시 막 마흔이 된 그는 80년대로 회귀하여 그 시절의 추억을 되새김하는 듯하다.
이와 동시에 그는 뒤돌아 볼 일이 더 많은 나이의 사람들이 가질만한 정서를 능숙하게 표현해 낸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에는 80년대 대중음악계의 대부라 할 수 있는 김명곤이 편곡자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김현철, 샘리(기타), 배수연(드럼), 박영용(퍼쿠션), 신현권(베이스) 등 실력파 연주인들이 대거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에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앨범에서 다시 느낄 수 있듯이 이영훈은 역시 이문세의 목소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작곡가이며, 이문세는 이영훈과 함께 할 때 싱어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찾아낸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문세의 발라드곡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애청곡이다. 그러나 80년의 이영훈과 함께 했던 발라드에 비해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쉬운 부분이 아니라 이 앨범의 매력 포인트다.
타이틀 곡인 '그 해 겨울', 이소라와의 듀오곡 '슬픈 사랑의 노래', 전형적인 이문세 발라드인 '눈 나리던 날', 조영남과의 듀오곡 '흐르는 강물처럼' 등은 과연 이문세의 곡이다. 그리고 딕시풍의 '애수', R&B '약속'은 전체적인 앨범에서 다소 튀는 느낌도 없지 않으나, 이문세의 담담한 보컬로 일관성을 유지시킨다.

격정적이고 직선적인 발라드를 원한다면 이 앨범은 만족스러운 앨범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삶을 관조하는 듯한 담담한 감성에 젖어들기를 원한다면, 이 앨범은 당신에게 충분한 휴식을 선사할 것이다.
글출처 : 이경훈의 음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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