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례의 천명(天命) 

                  오작교의 음악감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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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례의 천명(天命)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소리"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또 무엇인가. 만남이란 무엇이고 헤어짐은 또 무엇인가. 이런 물음들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늘 접하게 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명제들이다.

진도 지방에서 행해지는 씻김굿은 바로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있는 사람과 망자, 이승과 저승을 하나로 묶어 주는 무속 의식의 하나이다.
죽은 사람에게는 이승의 한을 풀고 저승에서 극락왕생하도록 빌어 주고,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이별의 충격과 슬픔을 딛고 다시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김대례는 일생 동안을 거의 매일같이 이러한 굿판에서 소리를 해 왔다. 따라서 그의 소리에는 온갖 세월의 풍상과 삶의 역정이 짙게 배어 있다. 우리는 그의 소리를 통하여 그와 진도 사람들의 인생관과 우주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보다 가깝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김대례의 〈천명〉은 모두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부분은
‘안당’으로 약간 느린 흘림장단으로 되어 있다. 조상들에게 누구를 위한 굿을 한다는 것을 고하는 부분이다. 김대례는 단조로운 듯한 징의 계속된 울림 위에 우주의 내력과 신의 내력, 굿의 내력 등을 서사적으로 노래해 간다.

두 번째 부분은
‘초가망석’으로 느린 진양장단으로 시작한다. 망자의 혼과 조상들의 혼을 불러들이는 대목이다. 장구와 징의 반주로 소리를 이어가면 바라지와 피리가 허튼가락을 노래한다. 장단은 진양에서 중모리로 바뀌어 ‘중염불’을 노래한 다음, 흥청거리는 동살풀이 장단으로 넘어가 끝난다.

세 번째 부분은
‘제석’이다. 제석님이 내려오는 것을 느린 진양장단으로 노래한다. 제석님을 맞아 집안의 재복(財福)과 가족들의 장수를 빌고 군웅(軍雄), 조상에게 축원하면서 즐겁게 노는 대목이다. 따라서 장단도 살풀이, 동살풀이, 자진 굿거리로 바뀌면서 한바탕 흥을 이끌어 낸다.

마지막 부분은
‘살풀이’로 망자의 혼을 깨끗이 씻기는 대목이다. 빠른 장단을 타고 삶과 죽음을 노래하면서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진도씻김굿의 음악은 그 가락이 매우 다채롭고 구성진 것이 특색이다. 김대례는 이러한 음악을 특유의 걸쭉하고 구성진 목소리로 소화해 내고 있다. 그의 한맺힌 듯한 소리가 절규하듯이 공간에 울려 퍼질 때 우리는 그의 소리를 단순한 노래로 보다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에 대한 울부짖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면서도, 또 한편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일 것이다. 그 소리는 꾸며서 되는 것이 아니요, 연습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소리도 아니다.
세상의 온갖 풍상을 다 겪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달관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그러한 소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리는 우리들 가슴 깊숙한 곳에 들어와서 우리의 영혼을 울려주는 것이다. 그의 소리를 한참 듣다보면 어느새 영혼이 깨끗이 정화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