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전집 - 28집





가루지기타령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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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지기타령(변강쇠가)
【해설】
작자ㆍ연대 미상의 판소리 계통의 작품. 1권 1책. 국문 필사본. ‘변강쇠타령’ㆍ‘가루지기타령’ㆍ‘송장가’ㆍ‘횡부가(橫負歌)’라고도 한다. 현존작품은 신재효(申在孝)에 의해 개작된 <변강쇠가>만이 있을 뿐, 다른 판소리처럼 소설화되어 전하는 것은 없다. 유랑민들의 비극적 생활상을 희극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송만재의 '관우희'에 '변강쇠타령'이라는 곡명이 보이고, 신재효의 '판소리 여섯 마당'에 '변강쇠가'의 사설이 정리되어 있다.
또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의하면 조선 말기의 명창인 송흥록ㆍ장자백 등이 이 소리를 잘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어 적어도 19세기말까지는 '변강쇠타령'이 연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로는 판소리의 전승과정에서 소리의 맥을 상실하였으며, 최근 박동진 명창이 신재효 대본을 바탕으로 소리를 재현한 '변강쇠가'가 가끔씩 공연되고 있다.

신재효가 지은 판소리 사설 6마당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작품으로 적나라한 성의 묘사와 노골적인 음담이 전편에 깔려 있는 외설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국 고전에 드문 성문학(性文學)이다. 적나라한 성적 묘사, 음담패설, 외설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기왕에 전해 온 것은 성적 표현이 지나치게 비속하였으나 신재효는 이를 서민적인 냄새가 짙으면서도 차원 높은 문학적 표현으로 개작하였다.

【줄거리】
『평안도 ‘옹녀(잡년)과 전라도 ’변강쇠‘(잡놈)는 각기 음란하여 동네에서 쫓겨난 처지에 만나 결혼하여 지리산에서 살게 되었다. 장승을 패어 때다가 변강쇠는 동티가 나 앓다가 빳빳이 죽어 버렸고, 옹녀는 중, 초라니, 풍각장이 들에게 장사만 잘 치러지면 같이 살겠다고 꼬여 덤비다가 이들은 폭사하고 나중에 각설이패, 마종꾼들이 송장을 지고 북망산으로 갔으나, 마종, 뎁뜩이는 강쇠와 초라니의 송장이 등에 붙어 뗄 수 없게 되었다.』

『천하잡놈인 강쇠는 남쪽지방에서 북쪽지방으로 올라오고, 팔자에 과부로 운명지워졌기 때문에 마을에서 쫓겨난 옹녀는 북쪽지방에서 남쪽지방으로 내려간다. 두 사람은 개성으로 넘어오는 골목인 청석관에서 만나 즉시 부부로 결합한다.

강쇠와 옹녀는 혼인 후에도 유랑을 계속한다. 옹녀는 생활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는 데 반해, 강쇠는 도리어 온갖 못된 짓을 다 저지른다. 결국 이들은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지리산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나무하러 간 강쇠가 장승을 패 와서 군불을 때고 자다가 장승 동티(動土 : 건드려서는 안될 것을 건드려 그것을 관장하는 지신의 노여움을 사서 받게 되는 재앙)로 죽는다. 죽은 강쇠의 시체를 치우기 위해서 옹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맨 처음 지나가던 중이 강쇠의 시체를 묻은 뒤 옹녀와 같이 살려고 하다가, 시체에서 나오는 독기인 초상살(初喪煞)을 맞고 죽어버린다.
이어서 유랑광대패인 초라니와 풍각장이들이 나타나서 강쇠의 시체를 묻으려다가 역시 초상살을 맞고 차례로 죽어 넘어진다.

마지막으로 마종(馬從)출신의 뎁득이가 각설이패의 도움을 받아 시체를 운반하던 중, 시체들과 그것을 지고 가던 사람들이 함께 땅에 붙어버린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옹좌수가 굿판을 벌이자, 땅에 붙었던 사람들이 땅에서 떨어진다. 마지막까지 강쇠의 시체가 등에 가로 붙어서 애를 먹던 뎁득이도 시체를 떼어내고는 옹녀 곁을 떠나버린다.』

【감상】
신재효가 지은 판소리 사설 6마당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작품으로 적나라한 성의 묘사와 노골적인 음담이 전편에 깔려 있는 외설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원이나 형성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판소리사에 하나의 문제를 제기한다.
서도(西道)나 경기지방에 <변강쇠타령> 또는 <변강수타령>이 잡가로 전하고 있는데, <변강쇠가>보다 단순한 내용이며 <변강쇠가>의 기원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변강쇠가>는 경기지방의 탈춤과도 상통하는 점이 있다.
작품 속의 유랑하는 대목을 보더라도, <변강쇠가>는 <배뱅이굿>과 더불어 판소리의 다른 작품과는 상이하게 경기 이북 지방에서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판소리의 형성기에 충청도 이남에서 불리는 남도창(南道唱)의 중요한 종목으로 등장된 <변강쇠가>는 장승제의와 같은 굿에서 파생되었으리라 추정하는 견해도 있어서 기원과 형성을 밝혀내는 일이 매듭지어진 것은 아니다.

<변강쇠가>의 중요한 소재로는 음탕한 남녀의 이야기, 바보 온달 이야기에 나오는 <상여부착설화(喪輿附着說話)>를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아홉 번씩이나 결혼한 여자의 이야기인 <구부총설화(九夫塚說話)>, 장승동티의 민속적 금기(禁忌), 시체를 가로지는 관습적 사실 등이 지적되어왔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매우 희극적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비극적 구조를 감추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부분은 떠돌아다니면서 삶을 즐기는 인물들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고 살아나가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해야 하는 인물들이다.
그렇게 볼 때 이들은 비참하고 불행한 인물들이다. 이러한 인물들이 작품의 진행에 따라 죽거나 파멸한다는 점에서 비극적 삶의 종말을 보여준다.
그런데 비극적 삶의 종말은 희극적으로 표현되며, 이에 따라 이 작품의 비극적 구조는 희극적 요소에 차단당한다.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가 희극적으로 나타나는 까닭은 유랑광대패가 청중이나 관중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비참하고 불행한 자신들의 삶의 모습을 희극적으로 변형시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