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전집 - 21집





심청가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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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심청가는 현존 판소리 다섯 판 중에서도 가장 비극성이 강조된 소리이다. 그러나 심청가의 비극성은 뺑덕어미라는 희극적인 등장 인물과 해피 앤딩의 극적 구성으로 말미암아 전판에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극적 구성으로 보면, 심청가는 '어린 시절의 심청' '처녀가 된 심청' '황후로 환생한 심청'으로 나누어지는데, 음악적으로 가장 잘 짜여진 부분은 '처녀가 된 심청' 부분이다. 이 부분은 심청이 시비를 따라서 장승상댁을 찾아가는 대목에서 "가곡성 우조"라는 음악어법으로 시작되어 뱃사람들에게 팔려산 뒤에 물에 빠져 죽는 데 까지이다.

"가곡성 우조"는 진양조 장단과 우조길, 그리고 전통 가곡의 발성법(성음)이 한데 어우러진 서정적인 가락인데 앞부분에서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장면 전환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가곡성 우조의 '시비 따라 가다' 다음에 판소리에서 매우 드물게 쓰이는 (춘향가에서는 전혀 쓰이지 않음) 엇모리 장단으로 나오는 '중타령'에서 심청의 죽음이 예고된다.
죽음을 각오한 뒤에 심청의 노래들은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인 자신이 오히려 '눈먼 부친을 위한 기도'를 하는 내용이어서 감상자로 하여금 더욱 숭고함을 금치 못하게 한다.
특히 심청이 선인들을 따라가는 대목부터 "범피중류"를 거쳐서 물에 빠지는 대목까지가 비극의 정점이 되니, 이 부분이 심청가의 눈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간다, 따라간다, ..."로 시작하는 이 대목에서는 계면조의 음악 어법이 늦은 중모리 장단과 어우러져 비극성이 최대한도로 표출되고 있으며, 평조길과 진양조 장단으로 짜여진 "범피중류"는 극치에 이른 서글픔의 감정이 내면에 승화되어 있다.

"한 곳을 당도하니..."로 이어지는 다음 부분에서는 자진모리와 엇모리 장단의 기교적인 리듬구조로 판소리의 묘미와 멋을 최대한으로 구사한 다음에 "풍" 하고 심청이 물에 빠진다

이 심청가의 눈은 판소리 다섯판을 통틀어서 말해도 가장 어려운 대목으로 인식되어 있을 만큼 판소리의 기교적인 음악 어법이 그 안에 망라되어 있다 . 그래서 토막소리로 판소리를 부를 때에 자주 부르는 대표적인 레퍼터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