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전집 - 17집





흥보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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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보가
〈박타령〉이라고도 한다.
욕심 많고 심술궂은 형 놀보와 마음씨 착하고 우애 있는 아우 흥보 사이의 갈등이 주된 내용이다.
놀보는 부자로 살면서 아우까지 내쫓는다. 쫓겨난 흥보는 갖은 고생 끝에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를 심었더니, 박이 열려 그 속에서 온갖 보물이 나와 부자가 되었다.
놀보는 더 부자가 되겠다고 억지로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 보복을 당한 뒤 개과천선(改過遷善)한다는 이야기이다.

〈흥보가〉는 해학성이 두드러지며, 소리(노래)보다는 아니리(말)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판소리에 비해 큰 편이다. 보성소리에서는 이를 '재담(才談)소리'라 하여 부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송만갑 바디를 이어받은 강도근도 놀보가 '박 타는 대목'을 빼버리고 부른다.

그러나 구체적인 더늠이 전해지는 최초의 소리꾼인 권삼득이 〈흥보가〉를 장기로 삼았다는 것을 보면, 오래 전부터 많은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지고 애호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흥보가〉는 〈방이설화 旁說話〉 등 전래설화를 판소리꾼들이 노래로 부르면서 판소리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원래 설화에는 없던 부분들이 대량으로 첨가되었고, 내용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방이설화〉에는 형이 착하고 아우가 악한 사람으로 나오며, 19세기 후반에 살았던 정현석이 쓴 〈교방가요 敎坊歌謠〉에도 '박타령은 형은 어질고 동생은 욕심 많은 이야기이니, 이는 우애를 권장하는 내용이다'라고 되어 있다. 흥보와 놀보의 인간형은 실제 생활에서는 하층민으로 전락했으면서도 신분이나 유교 도덕률에 얽매이는 몰락 양반과, 조선 후기에 출현한 서민 부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것이다. 주제도 형제간의 우애나 권선징악적인 것에서 점차 계층간의 갈등 양상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역대 명창 중 〈흥보가〉에 뛰어났던 사람으로는 권삼득·염계달·정창업·전도성·김창환·송만갑·김정문·박지홍 등이 있으며, 현대의 소리꾼 중에서는 박녹주·강도근·박동진 등이 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바디는 송만갑 바디, 김창환 바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