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배호는 병상에서 "노래와 건강 두 가지를 차지할 행복한 놈은 못되나 보죠?"하며 자신의 운명을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노래 아니었으면 그때 이미 살아 갈 기력을 잃었을 겁니다."하면 노래가 자기 삶의 구명 줄이었음을 인정했다.

10월 20일 당시 이종환이 진행하던 심야프로 MBC '별이 빛나는 밤에' 출연 후 귀가하다 가을 비를 맞고 감기증상이 낫지를 않아 신한의원에 입원했다. 병상에는 배호의 장래 약속을 하고 사귀어 왔던 K모 여인도 연인을 돌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합병증세를 보이는 등 차도가 없자 주치의는 더 큰 병원으로 가볼 것을 권했다. 결국 10월 30일 배호는 배상태와 운전수의 부축을 받고 세브란스 병원 538호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주치의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고를 내리고 있었다.

더 이상 가망이 없음을 느낀 배호는 그 동안 자신을 지키고 있던 연인에게 로렉스 시계를 풀러 주며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배호는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병상을 지키던 작곡가 배상태를 통하여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마지막 말'을 메모해 줄 것을 부탁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하얀 병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늦가을 바람이 마치 울음 소리처럼 처절하게 들립니다. 얼마전 극장쇼 공연을 나갈 때 뱀의 허리처럼 곧게 뻗은 아스팔트 위에 낙엽이 뒹굴고 있더군요. 물기라곤 모조리 말라버려 싸늘한 바람에 떨어질 날만 기다리는 그 한 잎 낙엽의 신세처럼 저의 이번 입원은 꼭 그런 기분입니다.(중략)

팬 여러분! 그 동안의 성원 눈물이 흐르도록 감사했습니다.
나는 죽는 그 날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틀렸나 봐요.(중략)

어머니... 만약 제가 영원한 잠을 자게 되더라도 어머니는 울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오래 오래 사셔요."

그리고 5일 후 의식불명 상태에서 미아 10동 그의 자택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29살 비운의 청년 배호는 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뒤로 한 채 희미한 맥박을 남기며 신화 속으로 사라져 갔다.
글 출처 : 천상의 가수 배호 전집 앨범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