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Preludes, O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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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피아노 작품은 어느 곡 하나 빼어나지 않는 것이 없지만, 이 <전주곡> 작품 28이야말로 가장 쇼팽다운 영롱함으로 가득 차 있다.
쇼팽이 <전주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36년부터인데, 이 때 쇼팽은 리스트의 소개로 알게 된 파이 사교계의 여걸 죠르주 상드와 함께 마요르카 섬으로 사랑의 도피행각을 떠날 때였다. 그보다 전해인 1835년에 쇼팽은 드레스덴에서 어릴 적 친우였던 마리아 보젠스카와 사랑에 빠졌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하고 드레스덴을 떠나 파리로 되돌아 온 적이 있다. 이 때 보젠스카에게 남겨 준 곡이 작품 59의 1인 <이별의 왈츠>였다. 첫사랑인 콘스탄치아 글라드코프스카와의 이별, 뒤이은 보젠스카와의 두번째 이별, 그리고 나서 만나게 된 사람이 바로 '제3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상드였던 만큼, 이 때의 쇼팽은 심신으로 나른한 상태에 있었다. 말하자면 쇼팽과 상드는 전혀 상반된 심리상태에서 그 반대쪽의 이성을 갈구하게 되었던 바, 이러한 복잡요인이 그들 두 사람을 불붙는 정열의 노예로 사로잡아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마요르카 섬은 그들에게 쾌적한 사랑의 도피처를 제공해 줄 수는 없었다. 우기에 접어든 날씨 때문에 지독한 고생을 했고, 그래서 이 <전주곡집>에는 비와 관계된 곡이 어슴프레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쇼팽은 평소에 바하를 몹시 존경하였고 그의 피아노 작품들을 즐겨 연주하기도 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쇼팽이 가장 애주(愛奏)하는 곡이어서 자연히 이 곡에 자극을 받고 있었다.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낱낱의 소품들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전체적인 통일미를 잃지 않고 있듯이, 쇼팽도 이 <전주곡집>을 쓰면서 그러한 생각을 염두에 두고 한곡 한곡 써나갔다. 때문에 전 24곡으로 이루어진 <전주곡집>의 다채로운 표현들은 전체적으로 훌륭한 균형감각과 통일성에 의하여 견고하게 구축되고 있다. 하나하나의 곡들은 지나치게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으면서 완전히 충족된 표현의 세계에서 약동한다. 그 모든 전주곡들은 충분히 연마되고 갈구되어진 한 청년의 내면의 굴절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전 24곡의 곡들이 짜임새 있는 대곡으로 연주되어야 할 것이지만, 어느 곡을 단독으로 연주해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색채적이다. 그러나 쇼팽은 극히 정적이면서도 로맨티시즘에 무작정 떠밀려 다니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24곡의 전주곡들에서 견실한 결정미(結晶美)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 <전주곡>집은 24편을 쉬지 않고 연주하거나 감상함으로서 만이, 쇼팽이 그리고자 하는 아름다움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